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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바 포피엘의 한국인 며느리 되기
관리자   11-03-04 22:46   조회 60522

  레이디경향 2010년 7월호

 

한 살 연하와 결혼하는 에바 포피엘의 한국인 며느리 되기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바가 어엿한 한국인 며느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 그녀에게 한국은 자유를 찾아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던 이웃나라였지만, 이제는 어느덧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의 보금자리로 삼고 싶은 고향 그 이상의 공간이 됐다. 지금 그 누구보다 행복한 예비신부 에바의 사랑 그리고 한국의 낯선 결혼문화 체험기.

평범한 회사원에서 인기 방송인 되기까지
화창한 여름, 6월 초 어느 날 아침에 방송인 에바(29)를 만났다. 예비신부의 핑크빛 설렘처럼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치열하게 달려왔던 한국에서의 지난 4년을 뒤로하고 요즘 그녀는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방송을 비롯한 그 밖의 연예활동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소속사 없이 혼자 일하고 있어요. 좀 여유롭게 지내고 싶었거든요. 회사와 함께 일할 때는 쉬고 싶어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여러 가지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는데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면서 결혼 준비도 하고 있어요. 요즘, 참 좋아요.”

KBS-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며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오른 방송인 에바는 올해로 4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로레알의 일본 지사에 근무하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돌연 퇴사를 결정하고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친척은 물론 지인도 전혀 없는 낯선 나라 한국에서 홀로 타국생활을 시작한 것. 어머니와 아버지, 하나뿐인 언니는 아직도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말을 배우려고 학생으로 왔어요. 그런데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서 TV에 나오게 됐죠. 이제는 사람들이 다 저를 알아볼 정도예요. 처음 한국에 올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냥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을 뿐이었죠.”

그녀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뮤직비디오 출연, CF 모델, 연기자 데뷔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보낸 시간 동안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바쁘게 활동했다. 동양과 서양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혼혈 미녀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지는 갈색 눈동자의 이방인을 대중은 반갑게 맞아줬다. 그래서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이 더 좋았다.

물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에바는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견디기 힘들 만큼 가슴 아팠던 이별의 상처가 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린 바 있다. 설상가상 일까지 점점 늘어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만 갔다는 그녀. 이만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일도 많았고요. 특히 2008년은 슬럼프였어요. 친척도 없이 한국에 혼자 있다는 게 외로웠고, 몸이 아플 때나 명절 때는 더 심했거든요.”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얻은 특별한 경험들과 주위 친구들을 다 버리고 돌아간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일본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마치 운명처럼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남자친구, 6개월간 쫓아다니며 사랑 고백
예비 남편은 레포츠 강사로 일하는 한 살 연하의 건장한 한국남자다. 한눈에 봐도 검은 피부와 근육질 몸매가 매력적인 모습에 첫눈에 반한 에바는 먼저 마음을 고백하며 6개월을 쫓아다녔다.

“2009년 1월에 처음 만났어요. 제가 원래 여러 가지 운동을 모두 좋아하는데 스키장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같이 스노보드를 탈 사람이 없어서 혼자 있는데 그쪽 관계자 분이 지금의 남자친구를 소개해주더라고요. 처음 보자마자 그 사람 얼굴에서 빛이 났어요. 마음에 쏙 들었죠.”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곧바로 마음을 열지 않았다. 스키장에서 만난 이후 가끔씩 연락하고 만나서 밥 먹는 정도였다. 첫눈에 사랑을 느낀 에바와 달리 그는 천천히 사람을 알아가며 관계를 발전시키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만나던 2009년 여름의 어느 날 에바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밝혔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좋아해왔다고 고백하자 그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왜 그렇게 쉽게 사람을 좋아하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결국 두 사람을 지켜보던 지인이 큐피드를 자처하고 나섰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제게 남자친구를 정말로 좋아하냐고 묻더라고요. 지금은 능력도 없고 주위에 더 멋있는 남자가 많을 것 같은데 왜 이 사람을 선택했느냐고요. 그래서 저는 당당히 말했죠. 착하고 순수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에 반했다고. 저랑 잘 어울릴 것 같다고요. 그랬더니 그제야 남자친구가 제 진심을 알고는 받아줬어요.”

에바와 그녀의 남자친구는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딱 1년 동안 사귀었다. 남자친구 자랑 좀 해달라는 기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쉴 새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청소년 지도학을 전공한 남자친구는 현재 대학원에서 꾸준히 공부를 하며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운동을 잘하는 남자다운 모습에 반했어요. 여름에는 수상스키를, 겨울에는 스노보드를 가르쳐요. 외모는 조금 강하고 무뚝뚝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 그래요. 속은 오히려 여자 같아요. 농담도 잘하고 애교도 있고요. 차라리 제가 남자처럼 털털한 편이에요.”

데이트 역시 주로 남자친구가 일하는 곳에서 함께 운동을 즐기며 한다. 이상하리만큼 그동안 싸운 적도 거의 없다. 서로 마찰이 생길 것 같으면 일단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며 싸우지 않으려고 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결혼보다 7개월이나 앞선 혼인신고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시간이라고 했던가. 두 사람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부모님에게 교제 사실을 알리며 결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오는 10월, 사귄 지 1년 4개월 만에 웨딩마치를 울린다. 결혼을 먼저 원했던 사람 역시 에바였다. 그래서 지난 3월에는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결혼을 7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법적으로 부부가 된 셈이다.

“외국에서는 언제 혼인신고를 하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사실 이번 봄에 할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준비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더구나 저희는 국제결혼이니까요. 그래서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결혼식 준비를 천천히 하기로 한 거죠.”

하지만 두 사람의 혼인신고는 생각보다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혹시 임신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수없이 받았다. 그녀는 오히려 한국인들의 그런 관심이 조금 신기하고 낯설었다.

“한국 사람들은 임신했을 때 혼인신고를 많이 하나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전혀 아니거든요. 다른 나라에서는 혼인신고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제 친언니도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안 한 채 지금까지 잘 살고 있고요. 저희 부모님도 결혼식 대신 가족, 친구들과 밥 먹고 사진 찍는 것으로 간단하게 치렀어요.”

한국의 며느리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 남자와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까지 할 수도 있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만큼 한국이 무척 좋아서 계속 살고 싶었다.

다행히 결혼에 대한 양가 부모님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다른 나라에 딸을 홀로 보내둔 채 결혼 소식을 전해들은 에바의 부모님도 흔쾌히 승낙했다. 이미 그녀의 남자친구는 얼마 전에 직접 일본으로 가서 예비 장인과 장모에게 인사를 마쳤다. 에바의 아버지는 영국인, 어머니는 일본이다. 아직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이를 위해 남자친구는 요즘 영어와 일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남자와 결혼하는 것에는 별다른 말씀을 안 하셨어요. 저희 부모님도 국제결혼을 하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전혀 상관없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다만 결혼을 너무 빨리 진행하는 것 같다며 조금 걱정을 하시기는 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잘 선택했다고 축하해주시더라고요.”

예비 시부모님도 이미 그녀에게는 가족처럼 편한 존재가 됐다. 요즈음에는 바쁜 남자친구 대신에 시어머니와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함께 한복을 맞추러 갔을 때는 두 사람을 본 점원이 모녀 사이로 오해한 적도 있었다.

“처음에 저를 보시고는 많이 신기해하셨어요. 그동안 여자친구 이야기를 단 한 번도 안 하던 아들이 갑자기 결혼할 여자를 데려온 것도 의아해하셨을 텐데, TV에서 보던 여자가 예비 며느리라고 인사를 드리러 와서 깜짝 놀라셨나 봐요. 그런데 이제는 서로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함께 어딜 가든지 엄마와 딸처럼 닮았다는 말을 들어요.”

특히 6월 말에는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를 온 가족이 다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으로 대신 할 생각이다. 각자 다른 나라에 사는 탓에 결혼한 후에라도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것이 사실. 그래서 이왕이면 이런 기회에 두 사람의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한국의 복잡한 혼수문화 생략, 알뜰한 결혼 준비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결혼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됐다. 영국이나 일본인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결혼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에바와 그녀의 남자친구는 모든 것은 간결하게 최소화하기로 했다.

“웨딩플래너와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에는 혼수, 함, 예단 등 각종 리스트가 너무 많더라고요. 저희는 다 안 하겠다고 했더니 놀라더라고요.”

두 사람은 에바가 살고 있던 이태원의 집에 신혼살림을 차린다. 일부러 따로 집을 구하지 않았다. 가구 역시 남자친구 쪽에서 모두 새로 구입하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그녀는 무척 어색했다.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남편이 돈이 많아서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상관없는데 굳이 부모님한테 돈을 받아서 준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봐요. 두 사람이 결혼하는 건데 왜 부모님께 의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둘이 살면서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때 좋은 것들로 사도 상관없지 않나요?”

때문에 두 사람은 결혼 예물 역시 은반지로 마련했다. 결혼을 앞둔 많은 여성들이 꿈꾼다는 다이아몬드, 심지어 금반지조차 욕심내지 않았다. 대신 5년, 10년이 지난 후 결혼기념일에 구입하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세웠다.

축의금 문화도 그녀에게 다소 생소한 부분 중 하나다. 외국에서는 결혼식에 갈 때 축의금을 내는 일이 전혀 없다.

“영국에서는 백화점에 위시 리스트를 등록해 거기에 적힌 물건들을 사주는 것으로 대신해요. 결혼을 결심한 여자가 인근 백화점에 자신이 갖고 싶은 것들을 뽑아놓으면 친구들이 그걸 검색한 후 각자의 형편에 맞는 것을 사서 선물하는 거죠. 돈을 주는 경우는 없어요.”

아직 프러포즈는 받지 못했다. 내심 그녀는 남자친구의 고백을 기다리는 중이기도 하다. 둘만 있는 조용한 곳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프러포즈를 받고 싶은 것이 결혼을 앞둔 그녀의 마지막 소망이다.

결혼식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에바는 벌써부터 새 출발이 기대되고 설렌다. 그만큼 결혼이 너무나 간절했고 조금이라도 일찍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람들은 결혼이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라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결혼하면 뭐든지 열심히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안정된 삶을 맞이하는 것이니까요.”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과 평생의 동반자를 선물해준 한국. 어쩌면 그녀에게 한국은 고향과 가족을 떠나오기 그 이전부터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제공 / 이성원, 윤태원 실장(라망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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